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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창조적 인재는 누구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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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07/07/02 | 조회수 7285 |
디지털 시대의 창조적 인재는 누구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흔히 유비쿼터스 환경이라고 부른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말을 영어사전에선‘being or seeming to be everywhere at once’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것은 현대 인류의 생활환경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은‘국제화’와‘디지털화’라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우리의 삶을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국제화와 디지털화는 게임의 규칙을 바꾸었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느 기업이나 조직을 막론하고 눈에 불을 밝히며 찾는 것이 창조적 인재이다. 그렇다면, 그 창조적 인재란 어떤 인재인가? 그 사람은 뛰어난 지능과 학식, 그리고 기발한 발상의 소유자여야 하는가? 모든 조직은 수많은 아인슈타인으로 가득 채워져야만 하는가? 그렇다면 그 많은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공급받을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푸는 데는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사회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것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창조적 인재와 관련해 이 시대를 특징짓는 몇 가지 키워드를 살펴보면 네트워크, 비선형적 변화, 개인의 독자성과 특이성이 존중받는 다원화 시대, 정보격차가 승부를 결정짓는 시대, 속도와 유연성, 개방성이 필요한 시대, 이질적인 것들이 용해되고 융합되는 퓨전 시대, 기회선점의 시대 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전통적인 경제요소보다 두뇌와 지식이 더욱 강조되고 있고, 정보는 산업의 핵심자리를 차지한지 오래다. 시간은 해가 뜨고 지는 것을 기준으로 계산되지 않고‘언제나’라는 개념으로 넓혀졌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속도가 걷기, 달리기, 자동차, 항공기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이제는 빛의 속도가 기준이 되는 세상으로 옮아가고 있다. 가격, 전통, 국경, 신분, 장애, 성별과 같은 모든 차별요소가 파괴되고 새로운 기회와 모험, 윤리, 가치관을 동반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현상을 주도하는 가장 큰 힘은 디지털화라는 조류임을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은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방식과 삶의 양식을 일컫는 말이다. 컴퓨터는 삶의 동반자일 뿐 아니라 우리를 구속하는 족쇄 같은 것이 되었다. 디지털화로 인해 우리의 삶의 방식이 불과 몇 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디지털은 투명하고 명징(明徵분명한 증거)하며 빠르다. 디지털 세상의 특징은 열려 있음이다. 디지털은 무형자산(無形資産)을 강조한다. 디지털이 추구하는 가치관은 경박단소(輕薄短小형태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상품이 일반적으로 애호를 받는다는 말)이다. 디지털은 손발을 쓰는 것을 불필요하게 하고 나아가 사색과 상상력의 결핍을 초래한다. 디지털의 가치는 효과와 효율에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겨난다. 인간의 사고와 상상력, 창의성의 고갈이 염려되는 것이다. 컴퓨터를 켜고 마우스만 움직이면 잘 다듬어진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데 무슨 고민이 필요한가.
디지털의 세계는 정형화된 프로그램과 프로세스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다. 메뉴얼대로 움직이는 세상이며 인정이라든가 덤, 에누리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러니 인간은 게을러지고, 생각하기 싫어지며, 직관력과 상상력은 점점 말라가고 만다.
디지털 세상의 만남은 접속이다. 여섯 단계만 거치면 지구 반대편의 생판 모르는 사람과도 연결이 될 수 있는 이 시대의 키워드는 단연 링크(link)일 것이다.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라는 뜻을 지닌 인터넷의 핵심은 단연코 무한확장성이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허물며 끝없이 확장되어간다. 인터넷은 새로운 만남의 형태를 열어주었는데, 그것은 접속과 검색에 의한 차갑고 건조한 만남이다.
인터넷이 매개하는 인간관계는 가볍고 얄팍한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전통적인 인간관은 인터넷의 위력 앞에 빛을 잃어가고 있다. 얼굴을 마주보지 않아도 만남이 가능하다. 접속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살과 뼈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인재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동의해왔던 인재의 모습과 다른 것일까? 필자는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사회의 특성은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선형적(線型的) 사회였다. 그런 사회에서는 배운 대로, 지시받은 대로 착실히 움직이는 농업적 근면성을 지닌 모범생이 인재였다. 하지만 지식사회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식사회의 인재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며 낡은 틀을 과감히 깨고 새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규칙을 창조할 수 있는 인재이다. 틀을 깨뜨릴 수 있는 창조적 파괴 능력을 갖추고,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매니아들이 앞으로의 세상을 이끄는 리더가 될 것이다. 그들은 변화의 흐름을 잘 읽고 주도하는 선견(先見), 선수(先手),선제(先制)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이 창조적 인재이다.
디지털 시대의 창조적 인재는 다양성을 갖춘 사람이다. 물론 사회가 다양해질수록 누구나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한 분야만 아는 전문가는 이제 얼치기가 되기 십상이다. 다양성과 개방성으로 특징지어지는 디지털 시대에는 두루 많은 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 국제화의 진전에 따라 단일민족국가가 더 이상 자랑일 수 없듯이 이제 지적 순혈주의는 빛을 잃고 있다. 이질적인 것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퓨전형, 하이브리드형 인재야 말로 창조적 인재의 모습이다.
디지털 인재는 도전적이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이다. 변화의 물결에 편승하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주도해가는 사람이다. 그에게 도전과 창의는 필수적인 덕목이 될 것이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학습하는 것이 창조적 인재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들에게 삶이란 문제의 연속이고, 도전과 해결은 인생의 보람이다. 그들은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찾아 나선다.
문제해결의 과정은 바로 학습이다. 미국의 철학자 에릭 호퍼는 교육의 목적을“학식 있는 사람(learned man)이 아닌 학습하는 사람(learning man)을 양성하는 데 있다”고 했다. 공자도 “배우되 생각이 없으면 어둡고, 생각은 하나 배움이 없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思而不學則殆)” 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배우고 생각하여 지식과 지혜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은 창조적 인재의 기본 자세이다.
디지털 인재는 관계를 중시한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살과 뼈, 그리고 의식이 있는 한 사회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창조적 인재는 단순한 사이버 접속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만남, 곧 인간적인 접촉에 의해 삶의 영역을 확장하고 풍부하게 하는 사람이다.
디지털 시대에 그렇게 강조되는 지식이지만 사실 그것을 만들어 내고 공유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이 무엇인지, 어떻게 세상을 사는 것인지 모르고 기술만 익힌 사람은 공허하다. 그는 가진 지식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피곤하고 불행하게 할 수가 있다. 늘 인간을 생각하고 인간사회를 이롭게 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 창조적 인재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박휘섭 _ 現 코트라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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