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를 펴 놓고 보면 모든 나라의 수도를 선명하게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도(道 혹은 省)에 해당하는 프로빈스(province)의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망을 비교적 굵은 색선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그 나라의 사회 경제적인 동맥기능상임을 시사한다. 세계 각국의 프로빈스를 직할시급 이상의 도시를 기준으로 하여 살펴보았을 때 거의 예외 없이 일란일황형(一卵一黃型) 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중국의 허베이성(河北省)은 북경과 직할시에 해당하는 톈진시(天津市)를 내포하고 있으며, 한국의 경기도는 수도인 서울과 인천직할시를 품에 안고 있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서 필자는 일란쌍황형(一卵雙黃型) 의 프로빈스라고 말해왔다. 중국의 경우 북경과 톈진시의 상간거리는 항로로 20분이며, 육로로는 2시간이 소요되지만, 서울과 인천의 경우는 육로로 40분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의 노란자위가 서로 가까이 붙어있으면 기형쌍둥이를 낳기 싶다. 그러므로 적정한 거리를 반드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 직할시가 늘어나게 되면서 주민분쟁의 요인이 배태되기 시작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도청의 이전 문제다. 충청남도의 경우 대전직할시 권역 내에 자리하고 있는 도청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펼쳐지자 각 시군에서는 아전인수 격으로 도청유치경쟁을 벌이면서 서로 결론 내기 어려운 논쟁을 이어가게 될 지도 모른다. 논쟁의 내용이야 저마다 일리가 있고 또한 주장할 만한 논거(論據)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서로 매듭을 짓기 어려운 토론을 이어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그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게 되면 일언이폐지해서 지역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각 주장 속에는 객관성을 지니는 일리가 있고 설득력 있는 논거를 지닌다면 그것을 이기주의적 주장이라고 간주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토론과 분쟁은 구별해야 하지만 동의와 이의(異意)는 토론 영역 내에 공존해야 할 가치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보다 더 큰 가치가 무엇이냐에 관한 공관(共觀)의 형성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다. 경남의 경우는 부산과 울산의 양대 도시가 이미 일란쌍황형을 이루고 있다. 충남에서는 한때 신행정수도이전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기도 했었다. 그것이 만약 이루어질 수 있었다면 충남은 쌍란형의 프로빈스가 될 수도 있었다. 그 꿈은 사라졌지만 또 새로운 꿈을 도청 이전문제와 연계시켜 실현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다가오고 있다. 그 가능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성취해가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서로가 대승적 차원에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도민의 내화력(內化力)을 키워갈 수 있는 위치의 선정이다. 둘째는 외연화(外延化)의 기능을 발휘해갈 수 있는 위치를 택하는 일이다. 셋째는 전국적인 유통망구조면에서 최소한 차위 중심축(次位中心軸)을 형성할 수 있는 위치의 선정이다. 넷째는 국민정서 관리 면에서 보다 아름답게 기억되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적 명도(名都)로서 은경(殷京)과 호경(鎬京)을 꼽는다. 은과 호는 우리들의 이름자로 많이 쓰인다. 은경은 상(商)왕조 16대왕인 반경(盤庚)의 천도로 인하여 국명까지 은으로 바꾼 곳이다. 그리고 호경은 주(周) 무왕이 천하를 평정하고 천도한 곳이다. 그곳은 모두 성군에 의하여 옮겨진 길지(吉地)라 하여 그 지명을 지금도 이름자로 많이 쓰곤 한다. 충남의 새 도청소재지가 최소한 그런 조건을 조화롭게 갖출 수 있는 곳으로 선정될 수 있다면 충남은 장차 일란쌍황형 프로빈스로 부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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